‘광해’는 왕이라는 절대적 권력의 자리를 빌려, 정치란 무엇이며 국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역사극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대신 권력의 공백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정치의 본질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왕을 대신하게 된 한 인물의 이야기는 권력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그 권력이 어떤 방향으로 사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화려한 궁중 암투나 극적인 반전보다, 통치라는 행위가 지닌 무게와 책임을 중심에 둔다. ‘광해’는 왕의 이야기라기보다, 권력을 맡게 된 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관한 정치적 우화에 가깝다.

1. 광해 권력대행 분석
이 작품의 출발점은 권력대행이라는 설정이다. 진짜 왕이 아닌 인물이 왕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설정은 권력의 정당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묻는 장치로 작동한다. 영화는 혈통이나 신분이 권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깔고 있다. 왕의 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존경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아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권력대행 상태의 주인공은 언제든 들통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움직이며, 그 불안은 곧 권력의 본질을 드러낸다. 권력은 절대적이지만, 동시에 극도로 불안정하다. 연출은 궁궐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 불안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화려해 보이는 공간일수록 침묵과 감시가 가득 차 있고, 작은 실수 하나가 곧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 영화는 이 구조를 통해 권력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부담과 공포를 안기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2. 민본정치 핵심 정리
‘광해’가 대중적으로 깊은 울림을 준 이유는 민본정치라는 주제를 직관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정치적 이념이나 전략을 알고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백성의 삶을 직접적으로 떠올리며 결정을 내린다. 이 단순한 태도는 오히려 기존 권력자들의 계산된 정치보다 더 큰 설득력을 가진다. 영화는 정치란 복잡한 술수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민하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한다. 민본정치는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결정의 기준이 어디에 놓여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제시된다. 연출은 백성의 삶을 직접적으로 장황하게 보여주기보다, 그들의 고통이 정치적 결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통해 관객은 정치가 추상적인 영역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임을 체감하게 된다. 영화는 묻는다. 권력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권력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를.
3. 정체성혼란 중심 평가
이 작품의 또 다른 축은 정체성혼란이다. 주인공은 왕의 자리에 앉으면서, 점점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을 겪게 된다.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한 연기였던 행동이, 어느 순간부터는 진심이 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성장 서사가 아니라, 권력이 인간의 자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영화는 주인공이 왕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왕처럼 행동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연출은 거울, 시선, 반복되는 의식 등을 통해 인물의 내적 혼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더 이상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태에 놓인다. 이 정체성의 균열은 권력이 개인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드러낸다. 영화는 권력을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을 소모시키는 구조로 바라본다. 그 속에서 주인공의 선택은 더욱 비극적이면서도 의미를 갖는다.
결국 ‘광해’는 왕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모든 권력자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남기는 질문은 단순하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혈통과 신분,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선택의 방향이라는 사실을 작품은 끝까지 붙잡는다. 영화는 완벽한 지도자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불완전한 인간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 가능성은 특별한 자질에서 나오지 않는다. 타인의 삶을 상상하는 능력, 그리고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에서 비롯된다. ‘광해’는 과거의 왕을 다룬 영화지만, 그 메시지는 현재의 정치와 사회를 향해 열려 있다. 권력은 누가 쥐고 있는가 보다, 어떻게 사용되는가가 중요하다는 사실. 이 영화는 그 단순하지만 어려운 진실을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며,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정치적 질문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