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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생존의규칙, 배제의논리, 공동체의민낯)

by bellawon24 2026.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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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이후의 세계를 다루지만, 그 초점은 무너진 도시가 아니라 살아남은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질서에 맞춰져 있다. 이 영화는 재난이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오히려 위기는 기존의 욕망과 불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며,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잔혹한 선택이 가능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작품 속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재난 이후 사회의 축소판이다. 제한된 자원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사람들은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은 곧 권력이 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상향을 꿈꾸는 인간의 본능이 어떻게 배제와 폭력으로 변질되는지를 냉정하게 관찰하며, 생존이라는 명분 아래 무너지는 윤리의 경계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1.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생존의규칙이 만들어지는 방식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생존의규칙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재난 직후의 혼란 속에서는 모두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질서를 만들려는 욕망이 고개를 든다. 영화는 이 질서가 합의와 민주적 절차로 만들어지기보다, 공포와 불안을 바탕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누가 안에 들어올 수 있고, 누가 밖에 남겨지는지에 대한 기준은 생존이라는 명분 아래 빠르게 정당화된다. 연출은 회의와 규칙 제정 장면을 통해, 규칙이 어떻게 점점 강화되고 경직되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약속처럼 보였던 규칙은, 어느 순간 특정 집단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규칙은 중립적인 장치가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된다. 영화는 묻는다. 생존을 위한 규칙은 과연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규칙은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2. 배제의논리가 공동체를 지배하는 순간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은 배제의 논리가 얼마나 빠르게 공동체의 중심 원리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처음부터 잔혹하지 않다. 오히려 서로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자원이 한정되고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공동체는 생존을 위해 선을 긋기 시작한다. 안과 밖, 우리와 그들, 보호받을 사람과 희생될 사람의 구분은 점점 명확해진다. 연출은 이 배제가 폭력적인 사건 하나로 갑작스럽게 발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작은 결정과 묵인의 반복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경계선을 만든다. 배제는 효율과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며, 그 순간 윤리는 가장 먼저 후순위로 밀려난다. 영화는 배제가 개인의 악의에서 비롯되기보다, 집단적 합리화 속에서 강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로 인해 관객은 쉽게 특정 인물을 악인으로 규정할 수 없게 된다. 배제의 논리는 바로 그 익명성과 집단성 속에서 더욱 강력해진다.

3. 공동체의민낯이 드러내는 인간의 선택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공동체의 민낯이다. 공동체는 연대와 보호의 공간일 수 있지만, 동시에 폭력을 정당화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영화는 공동체가 어떻게 개인의 판단을 대체하고, 개인을 규칙의 부속품으로 만드는지를 차분히 그린다. 인물들은 스스로를 잔인한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들은 규칙을 따르고, 다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은 책임을 분산시키고, 윤리적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연출은 집단 행동 속에서 사라지는 개인의 표정을 강조하며, 공동체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복종의 형태를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선택은 언제나 공동체의 이름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결과는 개인에게 남는다. 영화는 질문한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선택은 과연 공동체를 유지하는 길인가, 아니면 공동체를 파괴하는 시작인가. 그 질문은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넘어, 현대 사회 전반으로 확장된다.

결국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이후의 생존기를 가장한 사회 실험에 가깝다. 이 영화가 남기는 감정은 희망이나 절망 중 하나로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대신 불편한 자각이 남는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어떤 규칙을 만들 것이며, 그 규칙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 영화는 유토피아라는 이름이 얼마나 쉽게 폭력의 가면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안전과 질서를 지키겠다는 명분 아래, 인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선을 긋고 문을 닫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그 문이 닫히는 과정을 끝까지 보여주며, 관객에게 선택의 책임을 돌려준다. 이 작품은 재난이 인간을 변화시킨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재난은 인간이 이미 가지고 있던 얼굴을 드러낼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 난 뒤에도 오래 남아,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그 규칙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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