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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리뷰 (부자갈등, 역사비극, 감정서사) 영화 ‘사도’는 역사 속 비극적인 사건을 단순한 왕실 이야기나 정치적 갈등으로 축소하지 않고, 인간 관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끌어온 작품이다. 이 영화는 권력과 제도, 신분이라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개인의 감정이 어떻게 억압되고 왜곡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특히 부자 관계가 사랑과 기대, 실망과 두려움으로 얽혀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극적인 장치보다 감정의 누적을 통해 설득력을 얻는다. 영화는 누구의 잘못인가를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역할에 갇혀버린 두 인물의 비극을 차분하게 응시한다. 절제된 연출과 묵직한 감정선은 관객에게 판단보다 성찰을 요구하며, 역사극이라는 외피 안에 깊은 인간 드라마를 담아낸다.1. 사도 부자갈등이 만들어낸 .. 2026. 1. 7.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리뷰 (기억의상실, 사랑의지속, 감정의여운)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단순한 비극적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사랑이란 무엇으로 유지되는가를 조용히 질문하는 영화다. 이 작품은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을 앞세우기보다, 일상 속에서 조금씩 무너지는 기억과 그 틈을 메우려는 감정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사랑이란 감정이 설렘이나 열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매우 현실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감정의 흔적은 남고, 그 흔적 위에서 관계는 다시 정의된다. 영화는 관객에게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잔잔한 리듬과 절제된 연출을 통해, 사랑이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동시에 끈질긴 감정인지를 천천히 스며들게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한 편의 멜로드라마라기보다, 기억과 사랑의 본질을 사유하게 만드는 감정 .. 2026. 1. 6.
악마를 보았다 리뷰 (복수의끝, 악의순환, 인간의경계) ‘악마를 보았다’는 연쇄살인이라는 장르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복수가 인간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 구조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을 불편한 자리로 끌어들여, 응징이 정의로 남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집요하게 묻는다. 초반부의 사건은 분명한 피해자와 가해자를 설정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 경계는 점점 흐려진다. 영화는 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또 다른 악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냉혹하게 보여준다. 제목처럼 이 작품은 ‘악마를 죽였다’가 아니라, ‘악마를 보았다’에서 멈춘다. 그 악마는 특정 인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객은 영화가 끝날 즈음, 그 악마가 어디에 있.. 2026. 1. 5.
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생존의규칙, 배제의논리, 공동체의민낯)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이후의 세계를 다루지만, 그 초점은 무너진 도시가 아니라 살아남은 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질서에 맞춰져 있다. 이 영화는 재난이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오히려 위기는 기존의 욕망과 불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며,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잔혹한 선택이 가능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작품 속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재난 이후 사회의 축소판이다. 제한된 자원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사람들은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은 곧 권력이 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상향을 꿈꾸는 인간의 본능이 어떻게 배제와 폭력으로 변질되는지를 냉정하게 관찰하며, 생존이라는 명분 아래 무너지는 윤리의 경계를 집요하게 따라간다.1.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2026. 1. 4.
내부자들 리뷰 (권력카르텔, 거래의논리, 도덕의붕괴) ‘내부자들’은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안에서 작동하는 거래와 공모의 메커니즘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선악의 대립이나 개인 영웅의 탄생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권력, 자본, 언론, 정치가 어떻게 서로 얽혀 하나의 폐쇄적인 카르텔을 형성하는지를 차분하면서도 집요하게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정의롭기보다 현실적이며, 악하기보다 계산적이다. 영화는 부패를 예외적인 일탈로 묘사하지 않고, 너무도 자연스러운 시스템의 일부로 제시한다. 그 안에서 도덕은 기준이 아니라 장식물에 가깝고, 선택은 언제나 거래의 언어로 번역된다. ‘내부자들’은 통쾌함을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남는 것은 쾌감보다 불편함이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폭로하는 데서 .. 2026. 1. 3.
<덕혜옹주> 리뷰 (역사적상실, 정체성의파편, 기억의책임) ‘덕혜옹주’는 한 왕실 인물의 삶을 통해 망국 이후 개인이 겪어야 했던 상실과 고립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역사적 비극을 거대한 사건이나 정치적 서사로 요약하지 않는다. 대신 나라를 잃은 이후에도 살아가야 했던 한 인간의 시간에 집중하며, 역사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서서히 잠식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덕혜옹주는 흔히 “비운의 공주”라는 상징으로 기억되지만, 영화는 그 상징을 벗겨내고 감정과 기억, 혼란을 가진 인간으로 그를 다시 세운다. 작품은 극적인 영웅 서사나 통쾌한 저항의 이야기를 선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삶, 선택권 자체가 박탈된 상태에서 이어지는 일상을 통해 비극의 본질을 드러낸다. ‘덕혜옹주’는 역사를 기념하는 영화라기보다, 역사 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2026.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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